이슈 리포트
뉴스 데이터에 관한 최신 정보 리포트를 제공하는 공간입니다.
우리나라의 치안은 정말 예전보다 더 나빠졌을까?
강력범죄 발생 통계와 언론 보도 양상 비교
지난 2023년 여름, 우리는 묻지마 범죄, 혹은 이상동기 범죄와 관련해 많은 소식들을 접할 수 있었습니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발생한 일련의 사건들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일상에서 위협을 느끼기도 했고, 한국 사회의 치안이 본질적으로 악화된 것은 아닌지에 대한 우려 역시 갖게 되었죠. 언더스코어 연구팀이 한국언론진흥재단 BigKinds API를 활용해 중앙지 및 방송사 12곳 1) 클릭 에서 2016년부터 2023년 사이에 작성한 사회 섹션 뉴스 543,860건 2) 클릭 을 분석한 결과, 사건·사고 기사들 중 묻지마 범죄나 이상동기 범죄를 다룬 비율은 지난 2023년 8월 4일, 4.9%로 지난 몇 년 간의 시기 중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습니다. 이보다 높은 비율로 이상동기 범죄가 다뤄진 시기는 2016년 상반기의 강남역 (서초동 화장실) 살인사건 뿐이었죠.
<그림1> 묻지마·이상동기 범죄 관련 기사 보도율
조금 더 일반적인 의미에서의 강력범죄 보도율은 어떨까요? 이번에는 사건·사고 기사들 중 폭력·강도·살인 범죄 관련 어휘들 3) 클릭 을 제목과 본문에 포함한 사례들을 집계해 보았습니다. 그 결과, 요일이나 월(month)과 같은 계절적 요인(seasonality)을 통제한 이후에도 지난 7년 간 강력범죄 보도율이 유의미하게 증가(p<.001) 해왔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코로나 시기 범죄 보도의 급감에도 불구하고, 매해 평균적으로 0.33%p 씩 강력범죄 보도율이 높아진 것입니다.
<그림2> 폭력·강도·살인 범죄 관련 기사 보도율
그렇다면 과연 언론에서 접하는 것처럼 실제로 우리 사회에서 범죄 발생률은 증가하고 있을까요? 한국 사회가 과거에 비해 치안이 더 안 좋아진 것일까요, 아니면 국내 범죄 보도가 실제 현상에 비해 치안 문제를 과잉 대표하는 것일까요?우선 이번 2023년 상반기에 이슈가 되었던 이상동기 범죄(묻지마 범죄)와 관련해서 기존 대비 얼마나 관련 사건이 증가했는지를 통계적으로 명확히 판단하기는 어렵습니다. 지난 2022년 1월 전담조직이 구성되었지만, 여전히 이상동기 범죄 데이터가 공식적으로 발표된 적은 없기 때문입니다. 4) 클릭 저희 연구진 역시 정보공개청구 를 통해 경찰청에 관련 데이터를 청구했으나, 비공개·부존재 응답을 받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에 저희는 부득이하게 범죄 통계 일반을 바탕으로 한국의 치안 상황에 대해 살펴보았습니다. 우선 2011년 이후의 경찰청 강력범죄 5) 클릭 통계 를 시각화한 결과는 아래와 같습니다.
<그림3> KOSIS-경찰청 연도별 강력범죄 발생건수
코로나 이전 시기를 기준으로, 강력범죄가 우리 사회에서 증가하고 있다는 패턴을 관찰할 수는 없었고,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된 이후 범죄 발생 건수가 다시 증가하기는 했으나 코로나 이전보다 더 심하거나 명확한 증가 추세로 전환되었다는 증거 역시 찾을 수 없었습니다. 물론 일각에서는 최근 칼을 사용한 범행의 비율이 증가해 시민들이 위협을 느끼고 있다는 의견이 제기되기도 합니다. 그러나 경찰청 데이터를 활용해 1994년부터 2021년까지 의 연도별 범죄 건수 중 칼을 사용한 비율을 시각화할 경우, 최근 약 10년 간 완만한 증가 추세를 보인 것은 사실이나 90년대 후반에 평균 10.1%를 기록한 후 2014년, 3.1%에 도달할 때까지는 평균적으로 계속 감소해 왔기에 장기 시계열 추세 하에서는 “한국 사회가 과거보다 더 위험해졌다”라는 강한 결론을 내리기는 어려웠습니다. 6) 클릭
<그림4> 연도별 칼 사용 범죄 비율 (경찰청 통계)
다만 범죄 통계를 살펴볼 때는 한 가지 유의해야 할 사실이 있습니다. 우리가 관련 수치를 쉽게 찾아볼 수 있는 국가통계포털(KOSIS)은 경찰청 검거 통계를 기준으로 하고 있으나, 검찰이나 특별사법경찰 등 여타 수사기관을 포함할 경우 그 경향성이나 세부 수치에 차이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에 저희는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KICJ) 에서 관리하는 분기별 범죄 동향 정보 를 바탕으로 전체 강력범죄 발생건수 및 주요 범죄의 하위유형별 통계를 보다 세부적으로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해당 데이터의 경우 ‘검찰’, ‘경찰’, ‘특별사법경찰’의 세 기관에서 작성한 범죄 발생통계원표를 모두 통합하여 집계하기에, 범죄 데이터의 대표성이 높다는 강점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림5>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분기별 강력범죄 발생건수
그런데 흥미롭게도 앞의 <그림 3> 경찰청 통계와는 달리, <그림 5>의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통계는 최근 몇 년 간 코로나 시기 이전의 범죄 발생 건수를 회복한 것을 넘어, 오히려 코로나 이전보다도 더욱 한국 사회의 범죄가 심각해졌다는 결과 를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왜 이러한 차이가 발생한 것일까요? 기본적으로는 경찰과 검찰이 집계한 방식이 다르기에 나타난 결과이겠지만, 보다 상세한 데이터 해석을 위해서는 강력범죄의 하위 유형별로 시계열 추세를 파악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림6> 강력범죄 유형별 발생건수 표준화 통계
<그림 6>는 전체 범죄 통계를 다시 폭력범죄 7) 클릭 , 강도범죄, 살인범죄, 성폭력범죄 8) 클릭 의 네 개 유형으로 나누어 시각화한 그래프입니다. 네 개 유형의 범죄의 실제 발생건수를 함께 시각화할 경우, 폭력 범죄와 성폭력 범죄가 대부분을 차지하기에 이해가 쉽지 않아 모든 수치는 각 범죄 유형별로 0과 100 사이의 값으로 표준화했습니다. 그 결과, <그림5>에서 나타났던 추세는 성폭력 범죄가 홀로 견인하고 있었으며 폭력·강도·살인 범죄는 오히려 뚜렷한 감소 경향 을 보였습니다. 코로나 이후로 다시 증가하기 시작했으나 그 이전과 대비해 급격한 차이 역시 찾아볼 수는 없었습니다. 이는 <그림 2>의 관련 기사 보도율과는 매우 상반되는 결과입니다.
범죄 유형 | 분기별 평균 변화 |
---|---|
폭력 | -665건 |
강도 | -6.5건 |
살인 | -2.2건 |
성폭력 | +97.3건 |
<표1> 범죄 하위 유형별 분기별 평균 변화
게다가 우리 사회에서 발생건수가 증가하고 있는 성폭력 범죄가 언론에서 다뤄지는 빈도를 분석한 결과, 폭력·강도·살인 보도율과는 완전히 반대로, 오히려 연평균 0.15%p 씩 완만한 감소 추세(p<.001)를 보였습니다. 2018년의 피크 이후로는 전반적인 성범죄 이슈 보도가 줄어들고 있었죠.
<그림7> 성범죄 관련 기사 보도율
정리하자면, 지난 몇 개월 사이에 우리 사회에서 부각되었던 폭력·강도·살인 범죄는 실제로는 감소 추세에 있으나 언론의 보도는 반대로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고, 마찬가지로 정작 늘어나고 있는 성범죄에 대해서는 오히려 언론이 점차 적게 보도하고 있었습니다. 실제 데이터와 언론의 재현 사이에 꽤 명확한 괴리가 존재했던 것입니다. 물론 “우리나라의 치안은 정말 예전보다 나빠졌을까”라는 본질적인 질문에 답하는 것은 여전히 까다롭습니다. 범죄를 검거하기 위해서는 우선 신고가 발생해야 하는데, 언론의 범죄 보도 패턴과 특정 유형의 범죄에서 개인이 (다시 언론으로부터 영향받아) 신고를 더 많이, 혹은 적게 하는 경향성은 서로 복잡하게 얽혀있죠. 대한민국 사법연감 에서 실제 선고 결과를 바탕으로 한 통계를 제공하고 있기는 하나, 개별 사건의 판결이 곧바로 나오지는 않기에 데이터의 시차가 존재하기도 하고, (모든 사회과학 데이터의 변수가 그러하듯) 이 역시 사회 전반의 분위기 변화로부터 완전히 무관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한 가지 확실한 점이 있다면, ‘우리가 주관적으로 느끼는 감정’과 ‘언론에서 다뤄지는 특정 사회 이슈의 비율’, 그리고 ‘실제 현실’이라는 세 영역에서 차이가 존재할 수 있다는 사실이 아닐까 싶습니다. ■
- 1) KBS, MBC, SBS, YTN, 경향신문, 국민일보, 동아일보, 세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일보
- 2) 수집 및 분석의 용이성을 위해 해당 기간의 전체 뉴스 중 30%를 무작위 추출(random sampling)함
- 3) 살인, 살해, 폭행, 강도, 범죄, 흉기
- 4)
'상반기 18건' 이상동기 범죄 통계 내놓은 경찰...유형화·개념 정립 속도 (2023.08.11.)
[따져보니] '묻지마 범죄' 원인과 해법은? (2023.08.04.) - 5) 살인, 강도, 방화, 성폭력범죄
- 6) 장기 시계열 추세와는 별개로 최근 10년 간의 경향성이 더욱 더 심화되었을지 여부에 대해서는 2022년과 2023년도 데이터가 이후 추가될 경우, 좀 더 명확한 판단이 가능할 것입니다.
- 7) 「형법」상 폭행, 상해, 공갈, 협박, 약취와 유인, 체포와 감금 이외에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 「아동학대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관한법률」에서 해당되는 죄명이 포함되어 있음
- 8) 「형법」 상 강간, 강제추행 등 이외에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과 「아동청소년의성보호에관한법률」, 「아동학대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에서 해당되는 죄명이 포함되어 있음